읽고 나서 가장 착잡하다는 느낌이 든 소설이 바로 이상의 날개가 아닌가 해요. 33번지에 갇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동안의 모습이 너무나도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죠. 일제 강점기의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겪어보지를 않아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는데, 딱 저런 모양이었다고 한다면, 그때의 상황이 어땠을지 이해가 되기도 하죠.
이상이 쓴 날개는 1936년 '조광'에 게재된 소설로 비극적인 현실을 초월하려는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비단 지식인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산 사람들은 모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해요.
이상 날개 줄거리
33번지의 18가구중에 일곱 번째에 살고 있는 그는 게으른 사람이죠. 그런 그는 18 가구 중에서 가장 예쁜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내가 있었죠. 그는 그런 꽃을 지미고 매어달려 사는 존재가 거북스럽기는 했지만 그냥 그날 게으르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의 집은 아랫방과 윗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볕이 안 드는 윗방에 살고 있죠. 반면 아내의 방은 화려하고 볕도 잘 들었지만 말이에요. 어쨌든 그는 매일 무엇인가 연구를 하지만 별 소득은 없고, 연구한 결과를 아내에게 말하면 혼나기 일쑤였죠. 연구 외에 그가 하는 일은 외출한 아내가 없는 때를 틈타 아내방에 가서 불장난을 하기도 하고 화장품 냄새도 맡기도 하는 등 아내방에서 노는 것이 전부였죠.
아내는 외출을 하고 내객을 맞이했어요. 그리곤 그 내객은 아내에게 돈을 주었죠. 내객이 있는 날은 매일 자신의 어두운 방에서 있어야만 했고요. 이런 그에게 아내는 돈을 주었어요. 하지만 그는 돈을 어디에 쓸지 몰라서 벙어리에 모아두기만 했죠. 이때 그는 왜 아내에게 돈을 주는지, 왜 아내는 그 돈을 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기만 했죠.
# 첫번째 외출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밤 외출을 한 틈에 밖으로 몰래 나왔죠. 은화를 지폐로 바꾼 5원을 들고 말이죠.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결국 돈을 쓰지 못했죠. 돈 쓰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것이었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죠.
집에 돌아갔을 때 아내는 내객과 함께 있었죠. 그날 그는 처음으로 아내의 소근거림을 듣게 되었고 노기가 서려있는 모습을 봐야만 했죠. 그는 그의 잘못을 이불속에서 자신은 단지 머리맡에 저절로 모인 돈을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주어보고 싶어서 외출한 것인데 왜 이렇게 일이 꼬였는지 알 수가 없었죠. 어떻게 만회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에게 5원을 주었죠. 그날은 아내 곁에서 자게 되었고요. 그리곤 잠에서 깬 그는 어제 아내에게 돈을 주었을 때의 쾌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낸 것 같아서 기쁘기도 했고요.
# 두 번째 외출
이에 또 다시 외출을 하게 되죠. 하지만 돈을 한꺼번에 아내에게 주었던 것을 후회하게 되죠. 그러나 많아야 맛이냐며 얼마간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 거리를 거닐었죠. 다 떨어진 골덴 양복, 배고픔, 주제 사나운 것도 잊고 말이죠. 그리곤 집에 다시 돌아가게 되었고 자신의 방으로 가서 2원을 아내에게 쥐어 주었죠. 아내는 돈을 쓰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것을 이상해 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아내방에서 재워주었죠. 이때 그의 기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고요.
# 세 번째 외출
일상과 달리 아내가 차려준 저녁밥상을 먹고 또 다시 외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래서 왜 자신은 돈 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냐며 이불에서 울었는데, 이를 보고 아내가 돈을 주죠. 그리곤 평소보다 늦게 들어와도 좋다는 말을 듣게 되었죠. 야맹증이 있었던 그는 밝은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역 대합실 티룸에도 들려 커피도 마시게 되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밖에 나가게 되었는데, 비가 왔어요. 비를 맞고 오한이 들어 늦게 오라는 아내의 말도 잊고 집으로 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의식을 잃었죠.
# 1달 동안의 감기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리고 말았죠. 아내는 그런 그에게 감기약을 먹어야지 하면서 따뜻한 물에 하얀 정제약을 네 개주죠. 한 잠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에 널름 이를 받아먹었고 죽은 듯이 잠이 들었죠. 여러 날을 앓으며, 그동안 많은 정제약을 먹었고요. 그렇게 한 달을 보내게 되었고 밤낮으로 잤던 탓에 머리와 수염이 많이 자랐죠. 아내가 외출했을 때 아내 화장품대에 갔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죠. 그것은 다름 아닌 아스피린처럼 생긴 최면약이었어요. 아침에 네 개 아스피린을 먹었는데, 그동안 그가 먹었던 아스피린들이 최면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너무나 놀랐죠.
# 네 번째 외출
그래서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고, 벤치에 앉아 남은 여섯알을 한꺼번에 먹고는 일주일 주야를 잤죠. 그리고 집에 돌아갔을 때, 그는 아내의 풀어헤친 옷매무새를 보게 되었죠. 자신의 눈으로는 절대 보아서는 안될 것을 말이죠. 아내는 도둑질하러 다니는 거냐, 계집질 다니느냐고 발악을 해서 억울했지만 섣불리 입 밖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죠.
# 다섯 번째 외출
그는 이제 툭툭 털고 일어나서 남은 돈을 꺼내서 문지방 밑에다 놓고 집을 나왔어요. 그리곤 경성역으로 갔고, 많은 곳을 쏘다닌 후에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있게 되었고 대낮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살아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해 보았죠.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말이죠. 거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조차 어려웠기에 대답을 할 수 없었죠.
이후 금붕어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오탁의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그 거리 속으로 섞여 가지 않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문뜩 생각을 했죠. 발길이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말이죠.
그리곤 생각을 했어요. 자신들 부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은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거기에 누가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서 논리를 붙일 필요는 없다고 말이죠.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리곤 불현듯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겨드랑이가 가려웠죠. 오늘은 없는 날개.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다시 번뜩였고요. 그리곤 걸음을 멈추고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하고 외치고 싶어 하죠.
이상 날개 해석 (느낀점)
이 소설을 읽고 느낀 것은 참 암담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왜 그렇게 한쪽 어두운 방에서만 갇혀 살면서 게으르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었죠.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평이나 핀잔을 주지 않았죠. 그저 밥때가 되면 밥을 주고 그냥 그렇게 살라고 내버려 두었죠.
문제는 아내보다도 스스로 바뀌려고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있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외출을 하게 되면서 서서히 그가 살고 있는 모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다섯 번의 외출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하면서 결국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내죠.
왜 그렇게 살았느냐에 대한 답은 바로 용기인 것 같아요. 스스로 찾으려는 용기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 속에 나아갈 용기 말이죠. 그래서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빛이 없는 방안에 틀어 박혀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 것이죠. 그러다가 자신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날개를 펴고 날고 싶어 하죠.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을 하면서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절대 바뀔 수 없죠. 언젠가 한 영화에서 버리지 못한 사람은 결코 바꿀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참 맞는 말 같아요.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변하고 싶다면 그것에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고요.
날개는 일제 강점기에 숨어 지내는 식민지 지식인들의 자의식 만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환경에 굴하지 말고 스스로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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